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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 동안 참 많은 눈이 내렸다. 축복처럼.
로마의 겨울은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고, 한국에서 지내는 겨울에도
오래 눈다운 눈을 보지 못했다.
언젠가 부터 눈에 대한 이상한 그리움, 허기같은 것이 커져 이 몇
해 동안 눈이 아주 많이 내리고 쌓여 오래 녹지 않는 그런 풍경, 그런
어느 곳에 가기를 열망 했었다. 그런 곳으로 떠올리곤 했던 곳이 시베리아나
북구 노르웨이 바닷가, 혹은 일본의 북쪽섬 어디 쯤이었었다.
조용히 하얗게, 모든 소음과 사물을 덮어 잠재우고, 아주 멀리까지
나아가 그 끝에 차고 눈이 시리게 파아란 바다를 칼 처럼 이고 있는
그런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음악이 없어도, 따뜻한 차 한잔 없어도 그대로 넉넉하고 평화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슴 속에 그런 열망을 안고도 어쩌지 못하고 일과 시간에
쫓기다 결국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던 눈. 긴 겨울동안 참으로 많은
눈이 내렸었다. 그래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었던 눈이 있어 내게는 고마운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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